빈센트 반 고흐의 불꽃 같은 삶과 마지막 숨결이 남아있는 프랑스 파리 북서부 지역에 있는 조그마한 마을 오베르 쉬르 우아즈(Auvers-sur-Oise)를 찾아 떠난 여정입니다.
몇 년 전, 고흐의 마지막 삶과 예술적 혼을 조명한 영화 한 편을 감명 깊게 감상한 적이 있습니다.
스크린 속에서 고흐를 연기한 배우의 절절한 눈빛과 고뇌에 찬 모습은 단순히 한 예술가의 일대기를 넘어 인간 빈센트의 외로움과 열정을 생생하게 전해주었습니다.
그때부터 고흐라는 인물과 그의 마지막 안식처였던 오베르 쉬르 우아즈라는 마을은 제 가슴속에 깊이 각인되었습니다.
치열했던 삶의 끝자락에서 그가 바라보았던 풍경은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지 늘 궁금했었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 그 스크린 속 현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게 되니 감회가 참으로 남달랐습니다.
그 울림이 어찌나 컸던지 침실 벽 허전한 공간에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캔버스 액자를 걸어두었습니다. 매일 밤 마음의 평온을 얻곤 했습니다.
그러다 프랑스 여행을 앞두고 매주 모임을 위해 지나치던 지하철 신논현역 환승장에서 우연히 고흐의 그림 하나와 마주쳤습니다.
황금빛으로 일렁이는 오베르의 밀밭 풍경이 담긴 대형 광고판이었습니다.
바쁘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속에서 저 혼자 홀린 듯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어쩌면 저 일렁이는 밀밭이야말로 이번 프랑스 여정에서 제가 반드시 찾아가야 할 곳이 아닌가 하는 강렬한 끌림이 찾아왔습니다.

방랑의 끝,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 도착하기까지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빈센트 반 고흐는 화가의 꿈을 품고 프랑스 파리로 건너왔습니다.
이후 뜨거운 태양과 강렬한 색채를 찾아 남프랑스 아를로 떠나 정열적인 작품 활동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으며 생-레미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등 고단한 방랑을 이어갔습니다.
이후 고흐는 삶의 마지막 안식처로 파리 근교의 조용한 시골 마을 오베르 쉬르 우아즈를 선택했습니다.
이곳에서 그가 머문 시간은 겨우 70일 남짓이었습니다. 하지만 고흐는 불꽃 같은 예술적 집념으로 80여 점이 넘는 명작을 쏟아내며 생의 마지막 불꽃을 태웠습니다.
1. 마을의 상징, 오베르 쉬르 우아즈 성당의 압도적 전경
마을에 들어서 가장 먼저 발걸음을 옮긴 곳은 고흐의 대표작으로 잘 알려진 오베르 성당입니다.
특유의 요동치는 푸른 하늘과 성당 건물의 묵직한 질감이 인상적입니다. 이 작품은 고흐가 오베르에 도착해 그려낸 최고의 명작 중 하나입니다.

화폭 속 모습 그대로 묵직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오베르 성당 앞에 서보았습니다.
이젤 앞에서 팔레트와 붓을 들고 서 있었을 고흐의 외로운 뒷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졌습니다.
2. 영원한 안식처, 고흐와 테오가 함께 잠든 공동묘지
성당을 지나 언덕길을 올라 오베르 공동묘지 담장 구석에 들어서면 마침내 고흐 무덤을 만나게 됩니다.
그 곁에는 평생 고흐의 유일한 이해자이자 경제적, 정신적 지주였던 동생 테오가 나란히 누워 있습니다.
화상이었던 테오는 가난한 형에게 평생 편지와 함께 물감값과 생활비를 대어주었습니다. 고흐가 예술에 전념할 수 있도록 헌신했습니다.
형이 세상을 떠난 지 불과 6개월 만에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동생 테오 역시 눈을 감았습니다.
훗날 유족들의 뜻에 따라 이 시골 마을 무덤가에 나란히 묻히게 되었습니다.
아이비 덩굴로 따뜻하게 덮인 고흐 무덤과 테오의 무덤을 바라보며 가슴 먹먹한 숭고한 형제애를 느꼈습니다.

3. 까마귀가 나는 오베르 쉬르 우아즈 밀밭을 따라 걷다
무덤에서 나와 탁 트인 길을 따라 걸어가면 고흐의 마지막 걸작으로 불리는 까마귀가 나는 밀밭의 배경이 펼쳐집니다.
들판 입구에는 고흐 재단에서 설치한 대형 그림 패널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이 그림 패널과 탁 트인 실제 밀밭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은 이번 여정의 소중한 기념이 되었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밀밭을 거닐며, 고흐가 마지막까지 지니고 있었을 외로움과 예술을 향한 갈망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4. 낭만적인 언덕길, 오베르의 계단
밀밭길을 지나 시내 쪽으로 내려오는 언덕배기 길가에는 입체적으로 이어진 돌계단과 정겨운 집들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이곳은 바로 고흐의 또 다른 유명한 걸작 오베르의 계단(Stairway at Auvers)의 실제 배경이 되는 장소입니다.
현장에는 이 작품을 재현한 그림 패널이 서 있습니다. 그 그림 패널과 뒤편의 정겨운 계단 풍경을 배경으로 멋진 기념사진을 남겼습니다.

5. 야외 전시관과 고흐 역사 안내 패널
계단을 내려와 시내 방향으로 걷다 보면 작은 전시관과 함께 야외 전시 공간이 나타납니다.
마을 곳곳에는 프랑스 당국과 고흐 재단에서 설치한 야외 안내 패널들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불어와 영어로 고흐의 삶과 작품 세계가 상세히 설명되어 있어 산책하며 감상하기에 아주 훌륭했습니다.
6. 화폭 속 모습 그대로, 오베르 시청 전경
큰길을 따라 더 내려오면 고흐의 또 다른 명작 오베르 시청 건물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화폭에 담겼던 140여 년 전의 원형 그대로 오베르 시청 건물이 여전히 당당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시청 앞에는 고흐의 작품을 크게 재현해 둔 안내 패널이 서 있습니다. 그 그림과 실제 시청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며 고흐의 숨결을 그대로 느껴보았습니다.

7. 길 건너 마주한 고흐의 마지막 숨결, 라부 여관
시청 맞은편 길 건너에는 고흐가 오베르에서 머물렀던 라부 여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고흐는 이 여관 3층의 작고 어두운 다락방에 머물며 수많은 명작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생의 마지막 순간도 바로 이곳에서 맞이했습니다.
여관 내부와 창 너머를 유심히 들여다보며, 가난과 고독 속에서도 붓을 놓지 않았던 화가의 고단했던 일상을 가만히 떠올려 보았습니다.

8. 여정의 완성, 가셰 박사의 집 방문
오베르에 와서 가셰 의사의 집을 방문하지 않는다면 이 여정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차를 몰고 이동하여 마침내 가셰 박사의 집에 도착했습니다.
생-레미 정신병원을 퇴원한 고흐의 건강을 늘 염려하던 동생 테오는 동료 화가 피사로의 추천으로 가셰 의사를 소개받았습니다.
가셰 의사는 미술에 일가견이 있어 고흐의 예술적 영혼을 깊이 이해해 준 진정한 친구였습니다.
가셰 의사는 고흐의 치료를 맡아주었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그의 모델이 되어주었습니다.
자신의 집 정원에 초대해 함께 시간을 보내며 고흐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 주었습니다.
고흐의 발자취가 깊게 깃든 가셰 박사 집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전체 여정을 뜻깊게 마무리했습니다.

멜로디와 함께 깊어지는 고흐의 영혼
오베르의 고요한 골목을 걸으며 머릿속에는 돈 맥클린의 명곡 빈센트(Vincent)의 아련한 선율이 끊임없이 흐릅니다.
노랫소리는 살아서 온전히 이해받지 못했던 고흐의 고독한 삶을 부드럽게 감싸 안아주는 듯합니다.
아래 첨부한 동영상은 음악과 함께 고흐의 주옥 같은 작품이 연속적으로 보여 집니다 .
언제 보아도 빠져 들수 밖에 없는 고흐의 작품 세계를 감상하고 음미 할수 있는 좋은 영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미술사의 거대한 궤적과 수십 조 원의 보물
눈에 보이는 현상을 넘어 내면의 요동치는 심리를 강렬한 색채와 거친 붓터치로 표현한 고흐는 오늘날 후기 인상파의 거장으로 추앙받습니다.
살아생전에는 겨우 그림 한 두 점밖에 팔지 못하여 끼니조차 걱정해야 했던 가난한 화가였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그의 작품은 경매에서 한 점당 수천억 원을 호가합니다.
그가 남긴 수백 점 유작의 전체 가치는 수십 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보물이 되었습니다.
프랑스 땅에서 외롭게 생을 마감한 고흐였습니다. 그러나 그의 사후 제수씨 요한나와 조카가 끝까지 지켜낸 유작들은 고향 네덜란드 정부에 기증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세계적인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으로 결실을 맺었습니다.
비참한 최후 끝에 사후에서야 비로소 온 세상의 사랑을 받게 된 그의 삶은 묵직한 안타까움과 경외감을 동시에 선사합니다.
슬라이드 사진으로 보는 오베르 마을 풍경과 작품들
블로그라는 캔버스에 담아낸 종합 예술
단순한 관광을 넘어 한 예술가의 고단했던 삶과 숭고한 예술혼을 깊이 이해하고 돌아온 뜻깊은 여정이었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가 남긴 마지막 발자취를 따라 걸었던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서의 시간은 평생 잊지 못할 깊은 울림으로 남아있습니다.
글,그림,사진, 그리고 음악과 동영상이 어우러지는 블로그 글쓰기는 통합 SNS 매체로 필자의 생각과 감정을 담아 소통 할 수 있는 가치 있는 현대판 종합 예술이자 창작 활동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 여행기 예고>
이번 포스팅에서는 고흐의 마지막 안식처인 오베르 쉬르 우아즈를 먼저 소개해 드렸습니다.
사실 이 여정에 앞서, 고흐가 불꽃같은 정열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쳤던 남프랑스 아를(Arles)도 마음먹고 찾아가 그의 발자취를 온전히 둘러보았습니다.
노란 집, 밤의 테라스,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그리고 아를의 병원까지 고흐의 강렬한 숨결이 남아있는 아를 여행기 역시 준비되는 대로 올려 볼까 합니다.


























